
오랜만에 책을 봐야겠다 싶어 꺼내든 책-
또 오랜만에 요시다 슈이치다.
제목 그대로 요노스케의 이야기다.
요노스케의 청춘시절의-
도쿄의 대학에 입학 해, 지방에서 갓 상경한 순간부터 1여년의 시간을 보여준다.
그리고 20년쯤 후, 요노스케의 청춘시절 그와 함께 했던 이들이 그를 회상한다.
연상의 여인에게 반하고, 보기좋게 차이고.
조금은 엉뚱한 부잣집 아가씨와 연애도 하고,
집에 에어컨이 있는, 친하지도 않은 동급생 집에서 여름 한철 비비적거리기도 하고-
너무나 평범해 주위에 꼭 있을 법한 그런 사람.
조금은 한심해 보일지도 모르겠고, 어이가 없다고 느낄지도 모를만큼 천하태평 낙천주의자-
책 구절에도 나오지만, 인생은 어디서 어떻게 풀릴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중반쯤 갔을 때, 알아챘던 결말이 책을 덮고 났을때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따뜻했다.
그리고 나도 요노스케를 알고,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훌쩍 흘러, 누군가에게 나도 한번쯤 회상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함께-
P.27
"그럴 생각이야. 1년 재수하기로 결정했을 때, 난 생각했어. 인생은 길 텐데 이렇게 빨리 타협해버리면 평생 그 모양 그 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P.184
그렇군. 난 지금 도쿄에 사는 거야.....
불현듯 그런 말이 요노스케의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요노스케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여름 하늘이다. 그 여름 하늘이 그토록 파랬다는 것도 이곳 매미가 그토록 요란하게 울어댔다는 것도 요노스케는 그때서야 처음으로 깨달았다.
P.198
요노스케와 만난 인생과 만나지 못한 인생이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봤다. 아마도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춘시절에 요노스케와 만나지 못한 사람이 이 세상에 수없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왠지 굉장히 득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237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인생을 결정해버리는 건 아무래도 바보스러운 짓이겠지?"
요노스케는 "난 대답할 수 없어"라고 솔직하게 대응했다.
"나 같은 놈도 힘을 낼 수 있을까?"
"너 하기 나름이겠지. 어느 쪽이든 응원할게."
"요노스케, 난 실은 네가 좀 더 속없는 녀석인 줄 알았다. 솔직히 너한테 상의하면 그런 것쯤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넘겨서 내 마음도 조금 편해질 줄 알았어."
입학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둘이 함께 걸었던 길이다. 불과 다섯 달 전에 "3학년 올라가면 와세다 편입시험을 칠까 해"라고 구라모치가 말했던 그 장소였다.
P.247
요노스케는 도쿄로 올라오기 전에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그때 할머니가 "다른 사람들한텐 비밀인데, 이 할머니는 손자 여덟 중에 요노스케가 제일 좋다. 넌 항상 어딘가 맹한 구석은 있지만, 그 만큼 욕심이 없어서 좋아요"라고 칭찬해 주었다.
요노스케는 왠지 쑥스럽기도 해서 "나, 욕심 많아. 할머니한테 잘 보여서 유산 독차지하려고 노리고 있는데"라며 짓궂은 말을 지껄였다. 그러나 할머니는 "할머니 유산이나 노릴 만한 욕심이라면 귀여운 놈이지"라며 깔깔 웃었다.
P.252
"....우리 할머니도 보통이 아니시네."
둘이서 관을 들여다보았다. 생각 탓일까 할머니가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중략)
취직도 안하고 소설가가 되겠다는 기요시를 한때는 친척들 모두 걱정했으면서 정작 본인이 나타나면 우선 배고픈 것부터 걱정되는 모양이다.
P.274
"....내일, 도쿄에 돌아갈까."
정신을 차려보니 요노스케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도쿄로 '가는'게 아니라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는 것을 문득 알아차렸다.
P.391
그러나 배가 나온 아쿠쓰 유이 쪽은 그럴 수도 없을 거라고 요노스케는 어렴풋이 상상을 해봤다. 지금까지 '아이'였던 인간이 뭔가를 경계로 '부모'가 된다.
P.441
'아아, 그런 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상처 준 일이 없는 게 아니라, 상처를 줄 만큼 누군가에게 가까이 다가간 일이 없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445
요노스케가 카메라를 바깥 방향으로 돌렸다. 북적거리는 동쪽 출구 광장이 필터 안에서, 자기가 처음 봤던 때의 광장으로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P.451
그건 아직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이었을까, 어머니가 친구에게 돈을 빌린 아버지를 책망한 적이 있었다. 별로 큰돈도 아니었는지 "오래 사귄 사이라 몇 푼 안 되는 돈 거래 때문에 그 녀석이 서먹서먹해할 리는 없어."라는 아버지에게 "돈이란 건 빌린 쪽이 아니라 빌려준 쪽이 서먹서먹해지는 거예요."라고 어머니가 말을 받아쳤다.그 당시에는 '어째서?'라며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실제로 빌려주고 보니 어머니의 말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P.476
늘 전차로 지나는 장소였지만, 그 일대를 걸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평소 전차 창으로 내다보던 경치 속에 자기가 있다는 감각은 신비로웠다. 고가다리에서 늘 타고 다니던 전차가 달려갔다. 차량의 창문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보였다.
P.478
"옆집에 갓난아기가 있으면 시끄러울 텐데."
"조금. 그래도 아는 아기 울음소리는 안시끄러워."
P.482
쇼코 씨, 나는 요즘 요노스케가 내 아들이었던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친엄마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좀 이상할지 모르지만, 그 애를 만난 게 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어디나 있을 법한 정말 평범한 아이였지만 말이에요.
아직도 사고를 자주 떠올립니다. 어쩌자고 그 애는 돕지도 못할 상황이었을 텐데 선로로 뛰어들었을까.
그렇지만 요즘에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 애는 틀림없이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을 거다. '틀렸어, 구할 수 없어'가 아니라, 그 순간 '괜찮아, 구할 수 있어'라고 믿었을 거다. 그리고 이 아줌마는 그렇게 믿었던 요노스케가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요노스케 이야기
요시다 슈이치.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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