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행제'는 수학여행 대신 치러지는 학교의 연중행사다.
80km를 만 24시간을 꼬박 걷기만 하는 행사.
그 1박 2일동안의 얘기로 이루어진 밤의 피크닉-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걷기만 하는 이 행사가,
그들에게는 그토록 특별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밤이기에 가능한 것들이 있다.
감성이 이성을 이길 수 있는 시간.
밤이 주는 마술 같은 힘.
낮에는 절대 할 수 없는 말을 밤이 되면 자연스레 풀어놓을 수 있게 되는 그런 것처럼-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밤을 지새고 새벽을 맞으면서
담담하게 서로를 인정할 수 있게 된 거겠지.
내심 도오루와 다카코가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는, 간질간질한 마음들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복남매라니.
왠지 서글프네~ 라는 기분이(웃음)
학창시절 수련회를 갔던 기억,
학교 운동장에서 텐트를 치고 1박을 했던 기억,
수학여행에서 밤새 얘기하고 떠드느라 선생님께 혼났던 기억.
그런 것들이 생각이 났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싶어 새삼 마음이 따뜻해졌다.
청춘소설은 그래서 좋다.
내가 가진 추억들을 새록새록 기억나게 도와주니까-
퍽퍽하고 건조하지만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니까.
그래서 난 청춘소설이 좋다.
P.19
도오루는 왠지 마음이 이상해졌다. 당연한 것처럼 했던 것들이 어느 날을 경계로 당연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해서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행위와 두 번 다시 발을 딛지 않을 장소가, 어느 틈엔가 자신의 뒤에 쌓여가는 것이다. 졸업이 가깝구나, 하는 것을 그는 이 순간 처음으로 실감했다.
P. 26
모두 함께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 말이야.
어째서 그것뿐인 것이, 이렇게 특별한 걸까.
P.29
수면이라는 것은 고양이 같은 것이다. 시험 전날처럼 부르지 않을 때는 잘도 찾아와서, 잠에서 깨어나면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으면 죽어도 오지 않아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하게 한다.
P.224
그것은 어쩌면 어느 하루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농밀하며 눈 깜짝할 사이였던 이번 한 해며, 불과 얼마 전 입학한 것 같은 고교생활이며, 어쩌면 앞으로의 일생 역시 그런 '믿을 수 없는'것의 반복일지도 모른다.
아마 몇 년쯤 흐른 뒤에도 역시 같은 말을 중얼거릴 것이다.
어째서 뒤돌아보았을 때는 순간인 걸까. 그 세월이 정말로 같은 일분 일 초마다 전부 연속해 있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하고.
P.269
대체 어디까지가 사랑을 사랑하고, 어디서부터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일까. 그 차이는 무엇일까.
P.279
네게는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이 잡음이 들리는 건 지금뿐이야. 나중에 테이프를 되돌려 들으려고 할 때는 이미 들리지 않아. 너, 언젠가 분명 그때 들어두었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해.
P.336
모두 같이 밤새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왜 이렇게 특별한 것일까.
그러게, 안나. 참 신기하지.
다카코는 안나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나란히 함께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 신기하네. 단지 그것뿐인 것이 이렇게 어렵고, 이렇게 엄청난 것이었다니.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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